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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감염병X의 시대, 재난회복

기고 “언택트 시대의 자원봉사”

고성산불 땐 음식배달 라이더가 주민 안부확인

코로나19 마스크 품귀에 봉사단 나서 마스크 만들고, 국민들은 의료진에 원격기부

자원봉사는 전문영역 아닌 시민들의 “역량”

<김동훈 ㈜라이프라인 코리아 대표, 행정안전부 중앙안전관리 민간협력위원회 위원>

2019년 강원도 산불 당시, 가장 피해가 컸던 고성군 토성면에서는 어느 기업에서 지원한 버스 한 대가 재난대피소였던 마을회관들을 돌며 이재민 할머니들을 목욕탕까지 모셔다 드렸다.

큰 피해를 입은 직후 이재민들의 심신을 돌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보다 더 앞서 산불이 한밤 중에 일어났던 터라 잠결에 미처 대피하지 못하는 주민들이 있었는데, 음식 배달하던 라이더들이 자발적으로 오토바이를 몰고 나와서 마을을 돌며, 사람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피난을 도왔다. 배달원들이 구조대의 역할을 해낸 것이다.

2020년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계속 일어났다. 마스크 품귀현상이 일어나던 때, 홈패션을 배우던 수강생들이 마스크를 직접 만들어 나누어주기 시작했고, 지역 봉사단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마스크 만들기 운동을 벌였다.

원예교실에 참여하던 사람들은 집콕생활을 해야 하는 이웃들의 마음을 돌보고자 화분을 나누고, 클래식 연주팀은 관객들과 만나기 힘들어지니 아파트 공터에서 연주를 하고 주민들은 자기 집 베란다에서 내다보는 무료 연주회를 열었다.

대구•경북에서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해지자 스마트폰으로 구호물품을 주문해서 코로나 전담병원에 ‘원격기부’를 하거나 동네 식당을 위한 ‘착한 선결제 운동’, ‘착한 임대인 운동’ 등이 생겨나기도 했다.

재난에 대응한다고 하면 전문영역을 생각하기 쉽다. 실제 ‘소방’과 ‘의료’와 같이 구조, 구급, 구명과 같은 필수적인 부분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모두 그런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만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재난은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깨뜨려버리기 때문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해야 할 일이 무척 많다. 그리고 이는 특정 전문가들의 역할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앞선 사례들에서 보았듯 수많은 재난 속에서 국가기관만이 아니라 여러 민간기관, 시민모임 또는 개개인이 많은 역할을 해왔다. 그 중에는 재난 관련 단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재난과는 상관없는 활동을 하다 재난을 만나면서 재빠르게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대처한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단순한 ‘의인’ 또는 ‘미담’이 아니라 시민들의 ‘역량’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재난 속 시민들의 역량은 ‘재난에 대한 전문성’ 보다는 ‘일상에 대한 전문성’으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자신들의 일상활동에 기반하여 재난 피해자들의 일상성을 회복하도록 돕는다면 어떨까?

평소 음악, 공예, 요리, 꽃꽂이를 하던 분들이 재난 시에는 일상회복을 위해 그 역량을 활용하는 것이다. 단어가 좀 다를 뿐이다. 보통은 ‘재난구호’, ‘재난복구’ 등으로 이야기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재난회복’에 관한 기여이다. 전자가 재난 피해자들에 대한 ‘구조·구호’ 분야라면 후자는 지역사회 전반에 대한 ‘돌봄’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아직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여러 선진국에서는 재난 발생 시 시민들의 기본적인 역할이 이러한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으며 앞의 사례들처럼 우리나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우리에게 재난 ‘전문’ 봉사단이 있어도 좋지만, 다수가 함께 해볼 수 있는 것은 재난 ‘전환’ 봉사단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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