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대지위에 뿌리내린 홀씨…1만 원의 기적으로 세상을 바꾸다

여성장학클럽 홀씨 고일식 회장

어려웠던 집안사정 대물림 않겠다는 신념으로 ‘장학클럽 홀씨’ 만들어 13년간 지원

십시일반 원칙으로 부담 안 주도록 회비 1만원 결정…앞으로도 지켜 나갈 것

홀씨는 사랑 실천하는 곳…따뜻하고 순수함 지닌 사람들의 모임, 가치 함께 했으면

‘홀씨나눔 북카페’, ‘알뜰매장 홀씨 이야기’는 홀씨의 양분…관심과 참여 기대

도움 받던 학생이 도움 주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 보람…희망 함께 그리는 세상을

“홀씨는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 그리고 사람을 바라본다. 바람에 날리는 가벼운 씨앗이지만, 단단한 대지 위에 힘차게 뿌리내리며 어디선가 다시 만날 사람들을 위해 꽃을 피운다. 민들레 홀씨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거친 세상을 가꾸는 중이다. 민들레 홀씨가 만드는 사랑은 진행 중이다”

어려운 가정 형편이 어린 학생들에게 짐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마음 하나로 2006년 ‘여성장학클럽 홀씨’를 만들어 희망의 다리를 놓아준 고일식 회장(53)을 마른 땅에 뿌리내린 홀씨에 비유한다. 여성으로, 개인으로, 아무런 배경이나 특별한 조직도 없이 소신과 각오, 사명감으로 장학단체를 일구어 왔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릴 때 겪은 경제적 어려움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마음, 다음세대 아이들은 보다 나은 환경에서 마음 놓고 공부하게 해주고 싶다는 바람이 고일식 회장을 이끌었다.

13년 전, 그는 지인과 이웃에게 여성장학회의 취지와 목표, 그리고 필요성을 호소해 42명의 회원을 모아 출발했다. 비교적 순조롭고 꿈에 부푼 출발이었지만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도 이어지고 계획했던 일들이 장애가 되어 발목을 잡았다. 회원들은 큰 뜻에 공감했지만 일부가 불안감을 나타냈고 주변에서도 지속성에 의문을 품었으며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곳곳에서 가시처럼 솟았다.

하지만 계기가 순수했고 각오가 남달랐기에 그는 걸림돌을 디딤돌 삼아, 어려움을 용기로 만들어 소신을 이어갔다. 그늘을 들추는 사회의 속성이 색안경을 쓰고 왜곡과 편향, 자의적 시각으로 판단했지만 고일식 회장의 아이들의 배경이 되어주고 싶다는 다짐은 퇴색하기보다 진하게 물들었다.

그는 남다른 리더십,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장학회 운영으로 불신을 믿음으로 만들었고 비관을 긍정으로 바꿨다. 내실을 다져가는 계획과 실천으로 미담과 마음을 적시는 감동이 신뢰를 더해 홀씨의 버팀목이 되어 뿌리를 깊게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아름다운 동행, 꿈을 심어주고 가꾸어 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홀씨는 공감하고 소통하는 추억의 관계를 만들어 주는 촉촉한 대지다. 기댈 수 있고 비를 가려주며 아낌없이 주는 사랑의 상징으로 키워가겠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며 구김살 없는 꿈을 키워주는 홀씨를 만들고 싶다”는 고일식 회장을 만났다.

홀씨를 창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강원도 오지 영월에서 태어났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이웃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불우이웃에 나눠주는 학용품을 받기 위해 친구들 앞에 기다리던 것이 부끄럽고 미안했다.

얼굴이 붉어짐을 숨길 수 없었던 시절을 보냈다.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학교에 진학했지만 학비는 자신이 벌어 메워야 했다. 집안 사정이 허락하지 않았다. 사춘기 조금 철이 든 중학교 3학년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됐다. 이것이 장학재단 홀씨의 출발점이다.

어릴 때의 꿈을 실현하는 변곡점이 있었다고 생각되는데.

결혼 후 밥 먹고 살 정도면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생각으로 지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며 모든 것을 잊을 수밖에 없었다.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 맞는 말이다. 사춘기 아이가 부모의 뜻에 따르지 않으면서 고민과 갈등, 고통이 연속됐다.

아이를 놓아 주는 것이 맞는다는 결론에 이르면서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그리고 그동안 잊고 지냈던 장학재단의 꿈을 다시 살리기로 했다. 학부모와 이웃, 교회에서 만난 지인들에게 꿈을 밝혔고 뜻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42명이 함께해 2006년 10월 발기인 대회를 가졌다.

후원금을 1만원으로 정한 이유는?

십시일반을 원칙으로, 지속성을 염두에 두고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결정했다. 회원들은 1만원의 회비를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장래에 의문을 갖기도 했다. 장학금은 규모가 우선 한다는 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정도로 언제 장학금을 주겠나?”, “장학재단의 기금이 최소 수천만 단위가 되어야 하지 않는가?”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 기간 이어지지는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때로는 큰 금액을 기부하겠다는 독지가도 나타났다.

기부금이 다를 경우 회원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고, 모두가 공평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1만원을 고집했다. 다만 지속적으로 기부해줄 것을 당부했다. 1만원은 보편적이며 무리 없는 금액이다. 1만원을 지키고 앞으로도 이어갈 생각이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홀씨는 장학금 외에 교복도 지원한다. 교복은 ‘홀씨나눔 북카페’(헌책방)와 ‘알뜰매장 홀씨이야기’, 일일카페 등을 열어 수익금으로 전달하고 있다. 일일카페 수익금으로 홀씨 창립 다음해인 2007년 3명의 학생에게 처음으로 교복을 전달했다.

장학금은 회비가 모인 2008년 5명의 학생을 선발해 686만원을 전달했다. 장학생은 동네의 사정을 잘 아는 회원들이 직접 추천하고 선정했다. 홀씨의 역사를 처음으로 쓴 장학금 전달식, 메마른 대지에서 꽃을 피웠다는 마음에 42명의 회원 모두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적이었다. 당시의 장학금 전달식은 지금도 생생하다. 어려운 생계로 노트 몇 권을 받기 위해 친구들 앞에 서있을 때 느꼈던 부끄러운 마음, 고마우면서도 얼굴이 붉어져 시선을 마주하지 못했던 자신이 장학금으로 보답해 준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기뻤다.

장학생 선발 기준이나 전달은 어떻게 하나.

장학생은 성적보다 가정형편과 성실함, 올바른 생각이나 품행을 위주로 선발하고 있다. 건강한 의식을 지닌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맞다고 본다. 학교나 지역사회의 추천은 받지 않는다.

회원들이 직접 추천하고 가정까지 방문해 확고한 학업의지를 확인한다. 장학금을 전달한 후에도 정기적으로 가정을 방문해 점검한다. 나무는 물을 주고 가꾸어야 한다. 집안 형편이라는 것이 곧바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홀씨는 대학 졸업까지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설립 13년이다.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았는데.

장학금은 매년 늘어 지난해에만 25명에게 약3790만원, 13년 동안 172명에 2억5920여만원을 전달했다. 교복도 지난해 12명, 그동안 104명에게 전달했다. 회원도 371명에 이른다. 홀씨에서 활동하는 재능기부 자원봉사자는 교통비는 물론 식사비까지 개개인이 부담한다.

때로는 회원들이 “내 식대는?”이라며 투정을 부리지만, ‘재능기부 자원봉사’의 원칙을 들어 과감하게 거절한다. 사단법인으로 등록해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에는 국가의 관리를 받는다는 것은 순수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설득했다.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사랑을 실천하는 곳이 홀씨이다. 언제나 초심으로 자원봉사의 가치를 지키고 순수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이어가고 싶다.

‘홀씨나눔 북카페’와 ‘알뜰매장 홀씨 이야기’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나?

회원들이 기부하는 1만원의 회비는 오롯이 장학금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장학클럽 운영비는 전무한 상태다. 그래서 일일카페를 열고 ‘나눔 인큐베이터’인 ‘홀씨나눔 북카페’와 재활용품을 판매하는 ‘알뜰매장 홀씨 이야기’를 운영하고 있다. ‘홀씨 이야기’에서는 개인과 단체 등에서 기부한 생활용품과 잡화 등 옷을 제외한 물품을 기증받아 손질 후 저렴하게 판매한다. 물건의 퀄리티가 좋아 인기가 높은 편이다.

‘홀씨나눔 북카페’는 공감대가 형성돼 상당히 기대하고 있다. 책을 기증받아 판매하는데, 홀씨의 취지를 알게 된 서점과 학원 등 8개소에서 동참을 약속해 판매코너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북카페는 모금함을 만들어 무인으로 운영한다.

앞으로의 계획과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장학금을 받았던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에 성공해 장학금을 주겠다고 전화를 한다. 감동이고 보람이다. 홀씨는 도움 받던 학생이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어려움에서 열심히 살아가려는 학생을 지원한다. 여성장학클럽 홀씨가 만들어가는 세상은 나눔이고 사랑이다. 홀씨가 추구하는 소중한 가치에 함께 손을 잡아주기를 기대한다.

루쉰(魯迅)은 희망에 대해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한 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고 했다. 희망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럴 자격도 있다. 희망이 있다고 믿고 희망을 향해 가도록 용기와 힘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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